수원 軍공항 이전 예비후보지에 벌집주택…보상 노린 투기의혹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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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軍공항 이전 예비후보지에 벌집주택…보상 노린 투기의혹 제기
  • 김소영 기자  4011115@hanmail.net
  • 승인 2019.02.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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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신문=김소영 기자 | 주민들 “외지인 들락날락해 불안… 실거주 해도 찬성편 설까 걱정”
화성시, ‘투기 조장 유언비어에 속지 말라’ 홍보 현수막도 걸어

화성시 우정읍 원안2리 마을회관 앞. 수원군공항이 옮겨올지도 모른다고 입길에 오른 지역이다. 여기서는 조립식 패널 구조로 된 50㎡ 남짓한 단층 짜리 단독주택 24채가 지어지고 있다.

똑같은 크기에 똑같은 모양의 쌍둥이 건물들. 마치 벌집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일각에선 ‘벌집 주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곳에는 건축용 자재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어 아직 공사가 한창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문이 열린 주택 내부를 들여다보니 방 하나에 화장실 하나로, 도심에 있는 원룸과 비슷한 구조다. 주택 수십 채가 좁은 땅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은 조용한 시골 마을 농가 주택과는 대조를 이뤘다. 어떤 주택은 옆집과 불과 2m도 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최모(90)씨는 “이 마을에서 태어나 구십 평생을 살았지만 이런 집을 짓는 건 처음 본다”며 “외지인들이 수원 군 공항 이전 후 보상을 받으려고 집을 짓는 것 아니냐는 소문 때문에 동네가 어수선하다”고 전했다.

이 마을에서 1㎞가량 떨어진 원안1리 마을회관 근처에도 비슷한 형태의 건축물이 지어지고 있었다. 이곳은 원안2리 마을회관 앞 주택단지보다 규모가 더 컸다. 방 2개에 화장실 1개로 된 단층 짜리 조립식 패널 주택 28채가 거의 완공 직전인 듯 보였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 김모(84)씨는 “재작년 말부터 동네가 아주 뒤숭숭하다”며 “승용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가는 좁은 마을 도로에 공사 차량이 왔다 갔다 하고, 집을 보러 온 외지인들의 고급차가 오가니 불안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벌집 주택을 사들인 외지인들이 실제 입주한다고 해도, 보상을 노리고 수원 군 공항 이전 찬성 편에 서서 여론을 형성할까 우려하고 있다. 군 공항 예비이전 후보지인 화성 우정읍 원안리, 화수리, 호곡리 일원에 지난해 1월 이후 현재까지 접수된 개발행위 허가 건수는 총 96건. 건축신고는 75건에 달했다.

군 공항 이전과 별개로 주거용 건축물을 짓고, 실제 거주할 계획인 건축주도 없진 않겠지만 지역 주민과 화성시에서는 상당수가 투기 세력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런데도 화성시는 법적 요건에 맞는 개발행위 신청을 불허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벌집 주택은 상당수가 군 공항 이전 이후 소음 피해 영향권에 드는 곳에 있는 만큼 보상을 노리고 들어오는 것으로 의심된다”면서도 “허가 요건에 맞기 때문에 시에서는 불허할 근거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허가를 내주고 있지만, 부동산 투기 세력의 유언비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현수막을 걸어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 주변에는 “군 공항 거짓 정보, 부동산 투기 조장, 유언비어에 속지 마세요. 화성시 서해안의 성장은 투기가 아닌 환경입니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 20여개가 걸려 있다.

현재로서는 군 공항 이전이 확정된다고 해도 거주자들에게 어떤 보상이 이뤄질지는 세부적으로 정해진 게 없지만, 기존 택지개발 사례를 대입하자면 사업 공고 1년 전 건축한 주택에 거주하는 주민은 토지 및 주택 보상, 이전비용, 이주자 택지 등 막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벌집 주택 개발업체 사무실에서 만난 업체 대표의 지인은 “도심의 6∼7평(23㎡)짜리 원룸보다 훨씬 넓다”며 “건축 중인 주택은 원룸이라기보단 세컨 하우스 개념의 단독주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상을 노린 투기고, 실제 거주하지 않을 것으로 의심한다면 보상 과정에서 제대로 조사해서 하면 될 것 아니냐”며 “지금 짓는 주택은 적법하게 허가를 받아 짓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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