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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의 살맛나는 세상]숲의 침묵

기사승인 2019.04.29  14: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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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숲이 침묵하고 있다.

예년 같았으면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이맘때쯤이면 겨울 추위에서 놓여난 온갖 새들의 지저귐이 숲에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겨울잠에 빠졌던 숲이 새소리를 들으면서 깨어나려고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려야 하는 데….

금년 봄에는 어쩐 일인지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한겨울에 먹이가 귀할 때 뿌려 놓은 옥수수와 다른 곡식들도 하나도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을 보면 새가 도통 근처에는 오지 않는 것 같다.

해마다 겨울이면 눈 덮인 산에서 굶을 것 같은 새들을 위해 고기에서 떼어낸 기름 덩어리며 옥수수와 쌀 같은 곡식을 군데군데 놓아두면 잘도 먹어 없앴는데 금년 겨울에는 미동도 없다.

이제 혹독한 추위도 지나가고 봄기운이 살살 풍겨 오고 있어 요란한 새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야 하는데 숲이 침묵을 지키고 있으니 기분까지 가라앉는다.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 숲이 너무도 조용해서 온 세상에서 고립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세상에 혼자 존재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한 것이 느낌이 이상하다.

조류인플루엔자로 오리와 닭 등을 기르는 농가에서는 걱정이 태산인데 숲 속에 사는 새들에게까지 병이 전염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날씨가 좀 더 따뜻해져서 산에 온갖 꽃이 피어나도 새가 깃들지 않을까봐 공연히 걱정이 된다.

다른 해 같았으면 새들이 알을 품을 준비로 집을 만들려고 분주히 날아다닐 텐데 새의 그림자도 볼 수가 없다. 새가 날아다닐 때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새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새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갑자기 공포감이 엄습하기도 한다.

단 몇 분이라도 없으면 생명을 부지할 수 없는 공기도 평상시에는 아무 느낌을 갖지 못하다가 산소가 희박한 고산지대나 스스로 호흡을 할 수 없는 환자들에게는 절실히 필요한 것임을 깨닫는다.

도대체 새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 집 뒤 산 속 숲에 철새가 와서 조류인플루엔자를 퍼뜨려서 새들이 모두 죽은 것은 아닌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침묵은 때로는 마음을 정화시키고 사물을 차분하게 볼 수 있는 계기도 주어지지만 침묵이 있을 수 없는 곳에 침묵이 흐르면 초조하고 불안하다.

빨리 봄기운이 더 따뜻하게 퍼져 예쁜 꽃들과 함께 새들이 다시 찾아와 노랫소리를 들려주었으면 좋겠다. 주변에서 여러 종류의 생명을 품고 함께 지낸다는 것이 커다란 축복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중앙신문 webmaster@joongang.tv

<저작권자 © 중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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