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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소화전, 5미터의 가치

기사승인 2019.04.29  14:5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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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철 (강화소방서 길상119센터 지방소방교)

1666년 런던의 한 빵 공장에서 불이 났다. 이 불은 거센 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번져 5일 동안 꺼지지 않은 불은 1만 3천여 채의 집을 태웠다. 화재가 이렇게 커진 데는 당시 대부분의 주택이 목재로 이루어진 탓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물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초기 진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당시 사람들은 물을 얻기 위해 수도관이 나올 때까지 땅을 팠다. 수도관이 나오면 구멍을 뚫었고, 그 구멍에서 나온 물을 바스켓으로 받아 불에 끼얹었다. 문제는 수도관이 어디에 묻힌 지 알 수 없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보물찾기를 하듯 여기저기 땅을 팠고, 불행하게도 수백 채의 집이 불탄 후 수도관을 찾을 수 있었다.

화재 진압 후 당국은 당장 소방용수 체계를 정비했다. 먼저 물을 받을 수 있는 수도관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기 위해 수도관 중간 중간에 구멍을 뚫었다. 그 구멍에 긴 나무를 박고 나무막대기가 길 위로 나오도록 했다. 그 덕분에 누구나 길 위에 서있는 나무 막대를 보고 상수도 위치를 찾을 수 있게 됐다. 동시에 막대기를 빼면 물이 나오고 다시 꽂으면 물의 흐름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물의 공급이 원활하게 됐다. 화재진압용 막대기를 뺐다, 꽂았다 할 수 있다고 해서 이를 ‘파이어 플러그(Fire Plug)’라 불렀는데, 이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소화전의 시초가 됐다.

런던 사례에서 보듯 화재진압의 핵심은 원활한 물 보급이다. 물론 물만 있다고 화재진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물이 없다면 아무리 많은 소방차가 있어도 무용지물이고, 아무리 많은 소방대원이 있어도 불타오르는 현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소화전은 매우 중요하다. 물의 공급원이기 때문이다. 물론 소방차에도 물이 있다. 하지만 소방차에 실린 물로 불을 끌 수 있는 시간은 소방차의 최대 압력에서 통상 5~10분정도다. 그럼에도 소방차가 1~2시간 이상 세차게 물을 뿌릴 수 있는 이유는 소방차를 소화전과 연결해 물을 지속적으로 공급받기 때문이다.

소화전 주변에 주·정차를 하지 말자.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차는 대형 자동차다. 소화전 반경 5미터는 소방대원이 소방차와 소화전을 조작하고, 대형 소방차가 정차해 물 보급을 받기 위한 최소한의 공간이다. 이 공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한시가 바쁜 상황에서 원활하게 물 보급을 할 수 없다. 즉, 소화전 반경 5미터는 화재를 진압하고 사람을 살리는 공간이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행정안전부는 올해 4월 17일부터 소화전 반경 5미터 내에 1분 이상 주·정차하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제 소화전 반경 5미터의 가치를 알고, 소화전 부근에 주·정차를 하지 않는 것을 상식으로 생각할 때다.

중앙신문 webmaster@joongang.tv

<저작권자 © 중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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