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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섭의 목화솜 모정]효(孝)의 이론(異論)

기사승인 2019.05.01  14: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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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섭 (수필가, 칼럼위원)

세상이 바뀌고 문화가 달라지고 과학이 발달해도 달라질 수 없는 것이 인성(人性=인간성)입니다. 인성이 올바른 사람은 사람다운 사람, 사람 맛이 나는 사람, 모든 사람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사람으로 바로 사회가 바라는 일꾼입니다. 인성이 올바른 사람은 어느 조직 어떠한 단체에 내 놓아도 탈이 없습니다. 인성의 모태가 곧 충효정신입니다.

盡己之謂忠(진기지위충); 자기 자신에게 진력(최선)을 다 하는 것이 곧 충성이라는 뜻입니다. 이 말에는 수신제가와 효도의 의미도 함축되어 있습니다. 자기 직분에 충실하면 그것이 효도요, 충성이라는 뜻으로 모든 일에 성심성의를 다 할 것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최근 어느 일간지를 보았습니다. 어느 국회의원이 인성교육진흥법 개정안을 발의 했다고 합니다. 요점은 인성교육의 핵심가치 가운데 “효”를 빼자는 것입니다. 그 대신 개인, 대인관계, 공동체 차원에서 요구되는 예(禮), 정직, 책임, 존중과 배려, 소통과 협동, 정의와 참여, 생명 존중과 평화 등을 핵심 가치로 삼자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효가 충효교육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지나치게 전통가치를 우선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즉, 효라는 단어 자체가 고리타분하다는 것이지요. 위에 열거한 덕목들과 칭찬, 양보, 봉사. 희생, 모든 것이 바로 효를 구성하는 요인인데 간과한 것 같습니다.

어느 분이 인성교육에서 효孝를 빼면 뭐가 남느냐며 반박을 하였습니다. 즉, ‘효는 모든 문화 가운데서도 최고의 가치다. 뿌리를 알고 조상의 지혜와 역사를 전해주는 도구’ 라며 전통문화를 업신여긴 ‘진보교육’으로 윤리가 사라졌으니 국회는 인성교육 개정작업을 취소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효는 정체성 형성에 아주 중요하고 가정을 지켜내고 행복을 찾는 근원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며칠 뒤 같은 신문에 위의 분의 논조를 반박하는 글이 실렸습니다. ‘효의 가치가 중요치 않아서가 아니라 인성과 효는 범주가 다르기 때문에 인성교육진흥법에서 효를 빼도 별문제가 없다’는 이론이었습니다.

두 분 모두 그 방면의 전문가이고 활동 중인 분이어서 모두 맞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딘가 개운치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저는 인성교육을 강화하여 효 문화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쪽입니다. 인성과 효는 동일시돼야 합니다. 서양문물이 들어오고 사회풍조가 바뀌면서 모든 예절질서에 혼돈을 겪고 있습니다. B.C 1790년대의 함무라비법이나 B.C 2100년경 우르남무법전, 우리나라 고조선 시대의 8조법금법을 보면 예로부터 시대와 장소에 관계없이 나쁜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로 미루어 옛날부터 생활 질서를 어지럽히고 다른 이에게 폐를 끼치는 정황이 엿보입니다.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리며 그나마 기강이 제대로 된 나라로 명맥을 이어 온 것은 충. 효. 예를 기반으로 하는 인성교육이 철저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운동선수들에게 기본기가 필요하듯이 우리들 모두에게 기본기가 중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충효예로 다져진 인성입니다. 최근 교육현장의 질서가 무너지고 너무 이기적인 풍조가 퍼져서 안타깝습니다. 저는 여주향교의 장의(掌議)란 직책에 있으면서 성균관에서 실시한 인성교육 강사교육을 이수하고 10 여 년 전 부터 관내 초 중 고교에서 인성교육(예절교육)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저는 효와 충은 한 뜻이며, 자신에게 충실하고 부모와 이웃, 모든 사람들을 편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효를 보는 좁은 안목이 오해를 불러 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지녀야 할 인성(人性)은 인간성입니다. 충忠, 효孝, 예禮는 한 덩어리입니다. 인성 또한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해서는 안 되지요. 효를 따로 떼어 놓고 생각을 하니까, 진부하다, 시대에 맞지 않는 전통가치라고 주장하게 되는 게 아닐까요.

이제는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효의 개념은 버려졌지 않습니까. 부모가 편찮으신데, 손가락을 잘라 피를 내어 생명을 구했다든지, 엄동설한에 물고기를 잡숫고 싶다고 하시니까 강 얼음을 깨고 기다려도 잉어를 잡을 수 없어서 낙담하고 있는데 잉어가 스스로 와서 잡혔다는, 너무 순진한 이야기는 이제 이야깃거리도 안 되는 세상이 되었지요. 그렇더라도 효를 빼자, 아니다 를 말하며 논쟁을 벌이는 것은 너무 급한 생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절이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질서이며 지켜야 할 도리입니다. 삼강오륜이나 화랑도 오계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는 아주 오래전부터 ‘충효’를 기반으로 나라를 경영하고 사회를 발전시켜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충효예가 한 덩어리임을 인식하고 충효예가 인성임을 깨달아 교육현장이든, 가정이든, 사회에서 이기주의, 개인주의로 흐르지 않도록 후진양성에 정성을 쏟아서 인격과 인성을 갖춘 인물을 배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효는 결속과 화목, 가문과 국가에 대한 자부심, 순응, 믿음, 감사, 만족 등 좋은 의미만 있습니다.

천진무구한 청소년들이 아름다운 이 땅에서 밝고 맑게 자랄 수 있도록 우리들 기성세대가 앞장서야 할 때입니다. 그 길은 충효를 강화하는 교육이어야 한다고 단언합니다.

중앙신문 webmaster@joongang.tv

<저작권자 © 중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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