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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의 살맛나는 세상 ]말벌 유인기를 설치하면서

기사승인 2019.06.11  13: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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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우리 집 농막에는 사람들이 와서 보고 무슨 예술작품이냐고 물어볼 정도로 색의 배합을 잘해서, 정교하고 아름답게 만든 벌집이 장식품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직경이 20센티에 길이가 40센티 정도 되는 말벌집인데 어느 폐가 처마 밑에서 따온 것이다. 말벌이 생각을 하고 계획을 세워 집을 만든 것은 아닐 텐데 놀랍도록 색 조화를 잘 시켜 보기 좋게 집을 지었다.

금년 봄에도 말벌 유인기를 설치하고, 말벌이 붙는 끈끈이와 말벌을 잡는 배드민턴채를 준비하면서 말벌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말벌은 어른 엄지손가락만큼 커서 보기에도 무섭고 종종 말벌에 쏘여 사람이 죽었다는 뉴스를 들을 정도로 두려운 벌이다. 말벌은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처마 밑이나 바위틈, 돌 밑에 집을 지어 살고 있어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더 무서운 존재다. 꿀벌은 한 번 침을 쏘면 죽어버리지만 말벌은 한 마리가 침을 20~30번씩 쏠 수 있다고 한다.

숲이 많아 언제 말벌이 나타날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꿀벌을 키우고 있으니 말벌의 존재는 두려움 그 자체다. 말벌 한 마리가 오면 꿀벌을 한 마리만 물어가지만, 세 마리가 함께 힘을 합치면 몇 만 마리가 들어오는 벌통을 작살내는 것은 순식간이다.

이웃집 양봉농가에서는 하루에 열세 통의 벌이 말벌의 습격을 받아 몰살을 했다. 우리도 잠깐 방심한 사이에 말벌이 와서 세 통의 벌을 몽땅 죽여 버렸다. 벌의 다른 천적들은 벌을 잡아먹어도 한 마리씩 물고 가니 그리 큰 피해는 입지 않지만 말벌의 습격은 가슴을 덜컥하게 만든다.

벌들은 꽃에서 꿀도 모으고 수정도 하지만, 말벌은 작물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는 벌이다. 자연 속에 존재할 이유가 있어 태어난 생명이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말벌은 없었으면 좋은 곤충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말벌은 꿀을 모으지 않으니 양봉이나 토종의 벌을 다 죽이고 꿀을 훔쳐 먹는다.

말벌은 꿀을 모아 저장하는 재주가 없으니 겨울을 나기 힘들어 겨울이 닥치면 일벌이나 수벌들은 모두 죽어버리고 여왕벌 한 마리만 남아서 월동을 한다. 이른 봄이 오면 여왕벌이 혼자 다니면서 먹을 것이 많은 꿀벌 통 주위에 집 지을 자리를 찾기도 하고, 꿀벌을 잡아먹으려고 벌통 주위를 맴돈다. 이때 그 여왕벌을 잡으면 말벌 한 무리를 잡아 없애는 것 하고 같으니 봄이 되면 말벌을 잡으려고 우리는 더 혈안이 된다. 이른 봄에 돌아다니는 여왕벌은 집지을 곳을 찾느라 사람에게 관심을 두지 않아 별로 무섭지가 않다.

작년 모에는 벌집 근처를 돌아다니는 여왕말벌을 눈에 띄는 대로 잡아서 그런지 말벌이 먹이가 귀해지는 9, 10월에 양봉 벌을 습격하려고 오는 숫자가 적어 안심하고 있었다. 그 느긋했던 마음이 화근이 되어 말벌에 주의를 하지 않아 많은 수의 벌을 잃었다.

말벌이 오기 시작하면 하루 종일 지켜 서서 잡아야 한다. 말벌 잡이 끈끈이를 벌통 위에 놓고, 잡은 말벌을 서너 마리 붙여 말벌이 와서 친구들인 줄 알고 함께 붙어 하루에 십여 마리씩 말벌을 잡기도 한다. 말벌 유인기 안에 말벌이 좋아하는 자연에서 채취한 향을 넣어 놓으면 먹이인 줄 알고 들어가 잡히기도 한다. 유인기에 들어간 말벌은 살아 있을 때 핀셋으로 잡아 물에 씻어 꿀을 담근다. 꿀에 말벌의 독이 녹아서 몸에 좋다고 하여 사람들이 말벌 꿀을 좋아한다. 자연상태로는 말벌을 잡기가 어려워 꿀이나 술에 담기가 힘들다.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말벌도 죽어서는 사람들 몸에 좋다는 독을 내준다.

어제 저녁 때 여왕말벌 두 마리가 유인기에 들어갔다. 밤새 기운이 빠지면 잡아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오늘 아침 일찍 벌을 꺼내러 갔더니 망에 작은 구멍을 뚫어놓고 달아났는지 벌이 눈에 띄지를 않는다. 그 질긴 망을 물어뜯어 구멍을 내느라 밤새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 불쌍하기도 하고, 미물이라고 우습게 볼 수 없는 머리를 가진 것이 미소를 띠게 한다.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지도 못하고 말벌이 오는 것을 지켜야 되는 지루한 싸움이지만 벌을 보호해야 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일이라도 할 일이 있다는 것이 행복일까.

중앙신문 webmaster@joongang.tv

<저작권자 © 중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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