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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의 살맛나는 세상 ]꿀은 달콤하지만

기사승인 2019.06.25  14:4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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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눈물이 난다.

‘길 위에 부부’라는 제목의 어느 양봉가의 얘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인 ‘인간극장’이라는 프로를 보고 있다. 왜 내 가슴이 이렇게 아프고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그 부부가 1년에 6개월을 이동양봉을 하느라 집을 떠나 천막생활을 해야 되는 고생스러운 삶이 안타까워서 눈물이 난다. 힘든 꿀농사를 지으며 건강이 좋지 않은 남편을 돌보면서도 부부의 사랑이 넘치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또 눈물이 난다.

벌도 살아 있는 생명이니 일 년 열두 달 계속 매달려 보살펴야 한다. 더우면 시원하게 햇볕을 가려 주고, 추우면 얼어 죽지 않도록 따뜻하게 덮어 주며, 비 맞지 않도록 지붕도 만들어 주어야 하고, 눈이 오면 지붕이 내려앉지 않게 쓸어 주어야 한다.

무밀기에는 벌들이 굶지 않는지 늘 신경을 쓰고 보살펴야 한다. 벌통 주의는 벌이 활동하기 좋고, 곤충들이 기생하지 못하도록 풀도 깨끗이 뽑아 주고 벌과 꿀을 훔치러 오는 여러 종류의 곤충이나 동물들에게서 지켜 주어야 한다.

꿀을 뜨기 위해 벌집에 붙어 있는 벌을 털면서 꺼냈다 넣었다 해야 되는 일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벌집을 채밀장으로 옮겨 채밀을 한 뒤 다시 벌통에 넣어야 하고, 꿀을 유리로 된 꿀병에 담고 부탁하신 분들께 포장을 해서 부치는 일도 많은 정성과 힘이 함께 드는 일이다.

벌은 겨울 동면에 들어 갈 때까지는 일주일에 한 번씩 내 검을 해서 벌통 안의 상태를 살피면서 돌보아야 한다. 남편도 무거운 벌통 다루느라 오른쪽 팔에 이상이 생겼다.

벌들의 생존이 달린 애써 모아온 꿀을 인간들이 다 빼앗아가니 독을 가진 벌이 가만히 보고만 있을 리가 없다. 아무리 꼭꼭 여며도 빈틈을 찾아내어 공격을 한다.

10여 년 전 양봉을 시작할 때 우리도 3년 간 이동 벌을 한 적이 있다. 처음 시작한 곳은 워낙 산이 깊어 일제강점기 숲을 조성할 때 아까시나무를 심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아까시꿀 뜰 철이면 아까시나무 많은 곳으로 이동을 했었다. 숲에 놀러가 텐트를 치고 지내는 것은 즐거움과 낭만이 있겠지만 벌을 가지고 이동한다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적어도 일주일 이상은 한데서 지내야 하니 나이도 있고,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힘이 부치는 일이었다.

그래서 7, 8년 전에 지금의 장소인 산중턱으로 이전하여 고정양봉을 하게 되었다. 이곳은 아까시나무도 많고 잡꽃 꿀을 모을 수 있는 온갖 나무와 야생화가 있고, 밤나무도 많아 양봉전문가들도 와서 보고 천혜의 조건을 갖춘 양봉장이라고 부러워한다.

아이들은 힘들다고 이 일을 그만두라지만 할 일 없이 놀고 있는 것보다는 좋다. 해마다 아이들에게 좋은 꿀을 먹이기도 하지만 우리 집 꿀을 기다리는 분들 때문이라도 꿀농사를 그만 둘 수가 없다. 우리 꿀을 잡수시는 어떤 분은 우리더러 오래오래 살아서 꿀을 먹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한다.

이동양봉을 하는 분들에 비하면 우리는 너무도 편하게 양봉을 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중노동이다. 이동 벌을 하는 사람들 삶은 표현할 수 없이 고생스럽다. 좋은 꿀을 떠서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준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느끼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꿀을 먹는 사람들은 꿀이 한 방울 한 방울 소중하다는 것은 느끼겠지만 이렇게 힘들게 꿀이 생산된다는 것은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꿀은 옛날부터 약으로 쓰였다. 꿀에는 비타민과 미네랄, 항산화물질, 포도당 등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많은 신비한 효소들이 들어 있다.

때때로 양심을 버린 가짜꿀 만드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를 받지만 대다수의 양봉농가는 성실과 정직으로 꿀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하고 공을 들여도 자연이 잘 해주지 않으면 모두 물거품이 된다.

모든 양봉농가가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 ‘길 위에 부부’들도 꿀농사가 잘되어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기원한다.

중앙신문 webmaster@joongang.tv

<저작권자 © 중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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