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 이해하기(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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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 이해하기(10)
  • 김완수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19.07.1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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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수 (국제사이버대학교 객원교수, 세종로포럼 강소농위원장)
김완수 (국제사이버대학교 객원교수, 세종로포럼 강소농위원장)

| 중앙신문=김완수 | 도시농업의 역사

이번호에도 쿠바의 도시농업역사와 현황을 소개한다.

쿠바의 도시농업은 발생 자체가 특별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에 따른 구소련의 원조 삭감, 1993년 허리케인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1990년대 초 미국의 경제 봉쇄 등으로 심각한 식량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이에 따라 쿠바 정부는 1990년대부터 도시에서 식량 생산을 장려하기 시작하였고 공한지를 경작희망단체에 나누어 주는 등 어려워진 식량문제를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적극적인 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쿠바의 수도 아바나(Havana)에서는 1996년 제정된 시 조례에 따라 유기농업만을 허용하고 있으며, 아바나시 전체에서 소비되는 농산물의 80% 이상이 도시텃밭에서 생산될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쿠바는 경제위기 이후 농업교육 연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초 . 중 . 고교의 교과 과정에서 농업 및 환경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기술지원을 위한 토양연구소, 양돈연구소, 식물방역연구소 등의 연구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쿠바는 1989년 이전만 하더라도 사회주의 체제에서 국가에서 식량을 배급해주는 시스템으로 국민들이 식량에 관해서는 커다란 불만 없이 생활하였으나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소련의 붕괴로 인한 무역국의 감소와 1992년에는 미국 의회에서 “톨리체리법” 이른바 “쿠바 민주화법”을 제정하여 쿠바에 대한 경제 봉쇄를 강화하여 쿠바의 경제와 농업이 붕괴되고 국민들은 식량부족으로 인한 빈민과 의약품 부족으로 환자가 증가하는 등 커다란 혼란이 일어나게 되었다.

당초 수도인 아바나에서 도시농업이란 존재하지 않았으나, 생존을 위해서는 식량을 확보해야 하는 절박함으로 콘크리트로 덮여있는 시가지에서 벽돌과 돌, 합판 등으로 둘레를 친 뒤 그 한가운데에 퇴비와 구비를 섞은 흙을 넣고 “칸테로”라 불리는 묘상에 옥수수, 감자 등 작물을 집약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하였다.

쿠바의 도시농업은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생계를 위하여 자연발생적으로 시작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도시 내 모든 토지를 경작하게 하고 도시텃밭을 조성하였는데 파티오(스페인식 안뜰)텃밭, 화분, 주택과 도로 사이에 있는 시민농원 등 다양한 형태로 조성되어 수도 아바나에서 소비되는 농산물의 80%는 도시농업으로 생산된 농산물로 충당되어지고 있다.

쿠바의 도시농업은 정부의 적극적 정책 의지뿐만 아니라 유엔이나 국제구호기관들의 기술과 재정 지원도 쿠바의 도시농업발전에 기여하였으며, 1993년 대규모 국영농장들을 소규모로 나누어 노동자가 경작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하고 1994년 121개의 농민시장을 개설하여 농산물 거래를 허용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도 도시농업발전에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쿠바의 아바나 시는 세계 도시농업의 수도로 불릴 정도이며 전국적으로 도시농업이 활발하다. 아바나 시 면적 728㎢ 중 299㎢가 경작지로 이용되고 있으며, 이 도시농업인들이 220만 아바나 시민들에게 1인당 매일 150∼300g의 신선한 농산물과 기타 식용작물을 제공하고 있다.

도시농업을 하면서 친환경 농법에 의한 유기농산물 생산을 고수하고, 농업부 산하 농업연구소와 콘소시엄을 맺고 기술지원을 받으며, 천적보다 좋은 농약은 없다는 지론을 실천하고 있으며 간작과 윤작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수도 아바나시에서도 농사를 지을 경우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례를 1996년 제정하여 시민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치거나 수질오염 우려가 있는 곳에서는 가축의 사육을 금지하는 규정도 제정하여 유기농업만을 허용하고 있으나 생활용수의 부족으로 수돗물을 농업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고, 토양에 자갈이 많고 영양분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퇴비 등 유기질비료가 대량으로 필요 하는 등 많은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쿠바의 파티오 텃밭 구획은 30만개가 넘고, 앞으로도 정부에서는 50만개 이상의 파티오를 구획하여 주로 과일을 재배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아바나 남부의 샌미겔 델 베드론 구에는 원래 쓰레기 매립지였던 토지를 실업자들이 모여 농지를 만든 “아메리헤이라스 형제 농장”이 있는데, 1999년 협동조합으로 설립하여 현재 경작하는 2ha의 농장은 국유지를 무상으로 임대한 것으로 조합장을 비롯한 8명이 참여하고 있는 소규모 농장이다. 

이곳에서 유기농업으로 생산된 수확물은 모두 지역에서 소비되는데, 학교급식과 직판매가 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커뮤니티 판매와“시스템 컴베니아”라는 일종의 사회환원으로 고령자 전용식당에 무상으로 채소를 공급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쿠바의 도시농업은 원래 환경보전 목적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최근 들어 도시농업의 생태적 측면 이 강조되어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나대지 녹화, 지하수 개발, 대기질 개선, 도시경관 개선 등의 긍정적인 환경보전 효과를 거두고 있다.

쿠바는 아열대 기후이며 토지가 척박하기 때문에 병충해의 발생빈도가 많아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나 정부에서는 전국에 200여 개소가 넘는 농업연구소에 3만 5000여 명의 연구원들이 다양한 연구활동을 통하여 도시민들에게 기술자료를 제공해 주고 있어 도시농업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커다란 힘이 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도시의 빈 땅을 밭으로 만들어 활용하고 경작하는 시민에게 국유지를 빌려주고 도시농업 동호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며, 도시계획에서 도시농업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쿠바에서 도시농업을 지탱해주는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일선현장의 연구원들이고, 농가와의 세미나, 농가와 연구자간의 의견교환의 장으로서 도시농업 전국회의를 통해 도시농업의 진흥을 모색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도시농업을 관광산업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등 도시농업을 유지 발전시키고 있다.

쿠바의 도시농업은 생계를 위한 농업에서 시작되었으며, 여건상 비료, 농약 등 농자재의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유기농업 형태로 시작된 이후 처음 몇 해 동안은 수량감소와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났으나, 이를 슬기롭게 잘 극복하여 현재는 유기재배를 통해서도 일반재배에 전혀 뒤지지 않는 품질과 생산성에 도달한 상태라 할 수 있다.

일반적인 도시농업에서는 산업화 또는 경제성을 거의 논하지 않지만 쿠바의 경우 식량안보로서의 도시농업, 친환경 농산물 생산으로서의 도시농업, 도시녹지공간 확보로서의 도시농업 등 무엇보다 공익적인 기능이 중요시되고 있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수 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식량안보 차원에서 시작된 도시농업이 유기농업으로 발전되어 전 세계의 도시농업 모델로 발달된 사례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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