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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칼럼]아름다운 소금도시 바엘리치카

기사승인 2019.05.22  13: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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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칼럼위원)

주택의 개념을 개론하면 비바람을 피하고 삶의 휴식공간을 통해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시키고 안락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시설이라고 말을 한다.

인간이 각자의 주택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는 원시시대를 벗어나 문명시대로 발전하면서 생긴 자연적 현상이다. 최근의 주택난 현상은 인구 팽창으로 인한 수요의 부족이 절대적 이겠지만 새집을 선호하고 부동산 투자를 통해 재산증식을 바라는 고질적인 사회적 병폐로 분석을 한다.

고도의 문명 시대에 살다 보니 주택에 대한 관심도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달라져간다. 한때는 집이 없어 단칸방 사글세 집에 살던 때도 있었고 초가집 판잣집도 굼말 없이 잘도 살았던 사람들이 시대가 변했다고 하여 대궐같이 큰집에 욕심을 내고 아파트 라기보다는 궁전 같은 집을 소유하기 위해 부동산 투자를 하다가 빛에 쪼달려 파산하는 것을 본다.

단순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이 거주하는 집의 형태는 나라마다 특이하고 다양하다.

집은 원래 지상에 짓고 사는 것이 공동체 삶에 유리하고 편리하도록 그 구조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비바람을 피하고 외적의 침입에 대비해 지은 집들이 때로는 상식 밖의 장소에 지어져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을 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중국의 경우 땅속 지하에 두더지 굴처럼 만들어져서 집단생활하는 동굴집이 존재하고 있는가 하면 문화 수준이 높은 스위스에서는 알프스 산맥의 고원에 아름다운 전원주택들이 들꽃처럼 반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 가보면 환상적인 수중도시가 지중해의 바닷속에 조성되어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또한 동남 아사아의 태국과 말레이시아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나뭇가지를 이용하여 얼기설기 엮어 만든 엉성한 집들이 강과 바닷가에서 수상 촌락을 이루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동의 요르단과 시리아에서는 암벽을 깎아 만든 방어시설이 집 없는 사람들의 주거시설로 전용되고 있다.

옛사람들은 현명하게도 집을 삶과 방어의 보루로 널리 이용했다. 동유럽 여행 도중 소금성으로 유명한 폴란드의 소도시 바 엘리치 카를 잠시 경유했다. 도시에 들어서니 이름난 관광도시의 이미지보다는 한적하고 조용한 농촌의 소도시처럼 느껴졌다. 수년 전 오스트리아 관광 중에 이미 지하 소금 광산을 둘러 본적이 있어서 소금광산을 본다는 것이 새롭기보다는 시간 때우기와 동질의 관광 코스인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아무 생각 없이 케이블카에 올랐다.

낡은 케이블카를 타고 지하 250미터에 도달하자 소금 캐는 시설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던 지하에 다이아몬드와 루비같이 수정체로 빛나는 거대한 지하도시가 나타나서 눈을 휘둥그레 만들었다. 소금으로 만들어진 지하도시는 지상의 도시와는 완연히 달랐고 깨끗했으며 아름답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지하도시를 처음 본 순간 소규모 시설로서 관광 전시용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했으나 도시의 구조와 규모를 살펴본 후 생각을 고쳐먹었다.

지하 도시에는 공공기관과 학교도 있었고 예배를 보는 대성당도 보였다. 수많은 관광객 속에 섞여 한참을 걷다 보니 큰 광장이 나타났고 음식점과 상가도 즐비했다.

매연을 뿜는 차만 보이지 않고 없는 게 없을 정도로 화려한 도시였다. 더구나 수은등 불빛에 비친 도시의 모습은 지구가 아닌 꿈속의 천국이었다. 수 만 년 전 이곳은 심해였다고 한다. 지각변동과 환경변화로 바닷물이 응고되어 소금으로 변해버렸고 그위에 흙이 쌓이고 다져져서 육지로 변한 것이었다. 땅속에 엄청난 소금층을 발견한 폴란드 정부는 한동안 소금 생산에만 주력해왔으나 경제발전에 주목하면서 지하 소금광산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데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지금의 아름답고 웅장한 소금 도시 바엘라치카가 만들어진 것이다. 바엘라치카는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관광객이 다녀간다 구소련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경제건설에 매진하고 있는 폴란드 정부에게는 외화를 벌어드리는 보고임이 확실하다.

소금은 동식물에 꼭 필요한 물체다. 쓰기 나름에 따라 약이 될 때도 있고 병이 될 때도 있지만 실보다는 득이 더 많다. 얼핏 생각하면 소금은 사람 외에는 섭취하지 않을 것 같지만 동식물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소금을 영양분으로 흡수한다. 덩치 큰 아프리카의 코끼리도 소금 성분을 토양에서 섭취하여 그 큰 몸을 조절하고 유지하는데 안간힘을 쓰는 것을 동물의 왕국 시리즈를 통해서 본다. 하늘이 준 천혜의 자원 소금광산을 개발해 지하도시를 건축한 것은 신이 내려준 예술이요 걸작으로 보였다.

과히 유네스코 세계 문화재로 등록되고도 남을만한 유산이었다. 지하 소금 도시를 둘러보는 영광은 빡빡한 일정으로 오랫동안 즐길 수가 없었다. 넓은 내부는 온종일 둘러보아도 시간이 부족할 것만 같았고 불가능해 보였다.

떠나는 관광객에게 소금은 다시 멋진 기념품으로 다가왔다. 소금 덩어리를 세공해 진열한 각종 상품들이 진열대 속에서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지하도시를 보고 나니 신이 위대하다고 하여도 불가사의한 유적 앞에서는 신보다도 오히려 인간이 더 위대해 보였다. 우쭐한 마음에 기념으로 동물의 영역표시처럼 때 묻은 흔적을 남기려고 하자 나를 주시하는 주변의 따가운 눈총에 꼭 도둑질하다가 들킨 것 같아서 얼굴이 확확 달아올랐다.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에 시선을 돌리며 딴청을 부리자 장난기로 생각하고 웃음으로 받아주던 관광객들의 미소가 당신 어글리 코리안 아니야? 라는 것 같아 종전까지만 해도 당당했던 자세에서 나라 망신시킨 죄인 같아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중앙신문 webmaster@joongang.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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