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 칼럼]민들레 민들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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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칼럼]민들레 민들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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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30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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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칼럼위원)

| 중앙신문=중앙신문 | 재래시장에서 사 온 민들레에 양념이 첨가되어 밥 반찬용으로 식탁에 올려졌다. 양념이 들어간 민들레는 쓴 맛이 없고 대신 새콤달콤한 맛을 내는 훌륭한 겉절이 음식이었다. 음식으로 변한 민들레를 보자 쓸모없는 풀로만 보였던 민들레에 대하여 잘못된 생각을 고쳐 먹게 되었고, 자연이 주는 생산물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들레는 노란 꽃을 피우는 들꽃이다. 눈, 비와 영하의 강추위로 얼어붙었던 겨울이 물러가면 칙칙한 들녘에 봄을 알리는 샛노란 꽃을 피우고 오가는 사람을 반기며 생활의 활력소를 불어넣어준다.

민들레는 야생화이면서도 잎은 식용으로 사용하고 뿌리는 차와 한약재로 사용하여 그야말로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식물이다. 동의보감을 보면 민들레는 간장을 보호해주는 약재와 차로 알려져 민가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음을 알 수가 있다. 최근 민들레가 몸에 좋다고 하니까 말나기가 무섭게 마구잡이로 캐가는 통에 요즈음은 민들레를 예전처럼 쉽게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눈에 띄는 즉시 싹쓸이 하다시피 캐가고 다른 한편에서는 흰꽃의 민들레가 한약재로서의 효력이 뛰어나다는 풍문에 혹한 사람들이 심마니처럼 넓은 들판을 휘젓고 다닌다. 문화가 발전하여 인터넷에 의존하는 세상이다 보니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시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구입하던 재래식 방법에서 벗어나 이제는 인터넷을 이용하여 물품을 직접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그로 인해 신상품이나 질좋은 상품은 금방 동이나고 품귀현상으로 이어져 가격이 폭등한다. 그러나 우습고 한심스런 노릇은 과대 광고 선전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가 하면 몸에좋다고 팔리고 있는 각종 보양제들이 검사결과 대부분 성분량이 미달되고 있을뿐아니라 가정식단의 음식물 속에 함유되어 있어서 구입자제를 당부하는 보건당국의 조언을 무시하고 그저 몸에 좋다고하면 무조건 사들여서 가격폭등을 유발시키고 약제 남용으로 인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사례를 본다.

백세 시대를 향한 장수로 저마다 건강을 찾다보니 무공해식품과 보양 식품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져간다. 이미 알려진 일이지만 국내의 일부 식품업체들이 민들레에서 추출된 성분으로 음료수와 건강식품을 생산하여 호평을 받고있다. 아직은 초보단계로 개발상품이 단조롭지만 꾸준한 연구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보다 진전된 상품들이 불원간에 쏟아져 나올지도 모른다. 그 오래전부터 가정에서 식용과 약재로 사용 되고있는 민들레를 건강상품으로 만드는것은 시간문제요 받아논 밥상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민들레는 매년 난 자리에서 계속 피어나고 꽃이 지면 꽃씨를 바람에 날려 사방으로 번식력을 높여 나간다. 새봄에 꽃을 핀 민들레 꽃들은 작은 별처럼 아름답게 반짝이며 노란 꽃 색깔을 자랑한다. 봄이 되어 자투리 땅 같은 작은 밭을 묵히기가 싫어서 밭 정리를 하다 보니 밭 주변에 노란색의 민들레가 여기저기 피어나 있었다. 잡초라 생각하고 손으로 뽑으려 드니 뿌리가 땅속 깊이 박혀 여간해서 뽑히지 않는다.

온 힘을 주고서야 민들레를 땅속에서 뽑아냈다. 물리적 힘에 의해 뽑혀 나온 민들레는 뿌리에 큼직한 흙 덩어리를 달고 나올 정도로 생명력이 강했다. 사람들이 민들레를 가리켜 일편단심 민들레라고 부를 정도로 민들레와 친숙해졌다. 그것은 아마도 연약해 보이는 민들레가 혹한의 겨울 추위를 끄덕 없이 이겨내고 봄이 되면 어김없이 꽃을 피워 월동에 지친 사람들의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민들레는 흰색과 노란색의 두 종류가 있다. 하지만 흰색의 민들레는 희귀종으로 분포도가 매우 낮다. 민들레는 꽃이 지면 고유색깔을 구별할 수가 없다. 민들레 꽃이 지기 전에 흰색의 하얀 민들레를 찾아봐야겠다는 오기로 무작정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하얀 민들레를 찾기 위해 들녘을 헤매었지만 쓸데없는 짓에 불과했다. 간혹 눈에 띄는 것은 모두가 노란색의 민들레뿐이었고 눈처럼 하얀 민들레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하루 종일 발품 판 것이 아쉬웠지만 노란색 민들레꽃을 보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고 하얀 민들레 꽃을 찾아다니는 허황된 꿈을 접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영향으로 봄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졌다. 어느덧 무더운 여름이 다가서자 민들레가 작별을 고하려는 듯이 바람에 너울너울 춤을 춘다. 민들레의 춤이 삼바춤을 추듯 절정에 이른 어느 순간 영혼 같은 하얀 꽃씨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와 허공으로 흩어져.나갔다. 그리고는 저 푸른 초원 위에 겨울에나 볼 수 있는 소담스러운 눈꽃을 함빡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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